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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졸업까지 마친 후, 이제와서 워킹 홀리데이? 본문
오랜만에 글을 올린다.
지금까지 블로그를 해보겠다는 생각 하나로 뮤지컬 후기나 맛집 등 정보식의 글들을 간간히 썼었다.
그런데 흥미는 금세 떨어지고 숙제마냥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이번에는 내 마음 그대로 일기를 남겨보려 한다.
내 일상 속 느껴지는 생각과 감정을 실어보려 한다.
이 글은 내가 호주로 떠나게 된 서사를 기록해보는 것이다.
대학원까지 졸업한 25살의 늦은 시기(전혀 아니지만!)라고 생각해 불안했던 마음과, 결국 출국을 하루 앞둔 내 상황을 기억하기 위해 :)
또 어느 누군가에겐 이 글을 읽으며 간접 경험이나 워홀 준비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졸업을 한 나는, 어학연수 겸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 결심이 서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으나 매몰찬 주변 반응 덕에 ㅋㅋㅋ 결정까지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대학원까지 나와놓고 취업 안 해? 학부생 때도 아니고 왜 이제와서 워홀을 가?"
가까운 지인에게 들은 이 한 마디가 제일 크게 느껴졌다. 그동안 힘들 때면 늘 위로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보듬어주던 사람이었기에 충격은 배로 돌아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던 선생님을 만났을 때 선생님께서도 비슷한 말씀을 해주셨다.
"차라리 사회 나가서 일 1년이라도 해보고 그때 나가는게 낫지않아? 너 그거 경력 단절이야."
석사 과정 기간의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면,
과학이 좋고 실험하는 것이 좋아 어릴 때부터 실험실 과학실을 사랑했기에 전공도 비슷한 계열로 왔었다.
학년이 올라갈 수록 전공에 대한 확신은 없었으나 여전히 과학 분야는 좋았고, 실험실 인턴 생활을 해보니 학부 때는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환경이 펼쳐져 '아, 이거구나' 싶어 대학원에 진학했다. 연구원이 되는 것이 목표였다.
대학원에 오고 나서도 내가 직접 실험을 기획하고, 하나하나 준비하고 실행한 뒤 데이터 분석까지 모든 것을 도맡아 하는 과정이 좋았다. 정말이지 어려웠지만 나만의 실험이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이 있었고, 좋은 결과 멋진 결과 깔끔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2년을 끙끙 앓았음에도 실험 자체는 나에게 행복한 과정이었다.
그러나. 누군가 나에게 대학원 생활이 어떻냐고 묻는다면 최악이라고 말한다.
너무 힘든 과정이었고 추천하고 싶지 않은 공간이기 때문에.
사람이 힘들었다.
실험이 백날 행복하고 즐겁고 하면 뭐하나, 평일 주말 없이 하루 15시간 이상 함께하는 실험실들과 편하지 않은 순간이면 그건 생각보다 큰 고통이더라. 누군가 딱히 잘못하지 않아도 오랜 시간 함께하다보면 트러블은 일기 마련이고(그렇게 생각하련다.), 그 미세한 균열은 생활 자체에 큰 지진이 되어 드러났다.
그런 시간들이 쌓여 나를 너무 갉아 먹었던 것 같다. 분열, 차별, 편애, 부조리. 그 자잘자잘한 것들이 모여 밝은 나는 어느새 어두워지고 늘 띠고 있던 미소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나도 잘 안다. 살면서 어찌 행복만 하리, 생각해보면 매년 굴곡과 힘듦이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밝고 행복한 아이'로 불렸었다. 그러나 대학원은 차원이 다르더라. 나를 바꿔놓은 굉장한 곳이다. ㅋㅋㅋ
요즘 흔히 말하는 MBTI 도 밝고 이타적이라는 ESFJ에서 졸업 후 ISTP로 바뀌었으며, 2년 과정생활 동안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너 원래 안 그랬는데, 밝았었는데", "졸업하면 괜찮아지겠지."였을만큼!
스스로 가장 잘 알았다. 당시 나의 이런 모습이 너무나도 싫었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듣는 기분이란. 버티고 있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뭐 결론적으로 나는 졸업을 했다! 해냈다!!
매일 밤 본가 친구들에게 전화해 우는 것도 지쳐 결국 부모님께 말한 후 자퇴서까지 작성했던 이야기는 이제는 인생에 있어 하나의 헤프닝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졸업 후 바로 취업해서 사회에 나가 또 이 비슷한 굴레를 살아간다 하니 답답함은 해소되지 않았다. 취업 자리는 있었으나 그렇게 구미가 당기는 자리는 아니었을 뿐더러 이 마음가짐으로 어딘가에 소속 되었다간 스스로 견디지 못할 뿐더러 지도교수님 명성에 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쉼'이 필요했다.
straight로 6년을 달려왔기에 (휴학 의사가 분명했으나 교수님의 제지로 못 해 아쉬움이 넘쳤다) 더욱 지쳐있었다.
그러던 중 지인이 내게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왔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순간 완전히 매료되어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되었다.
머나먼 세상의 남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외국 유학 이야기. 몇 년이 지났지만 당시 이야기를 하며 다시금 추억을 떠올렸는지 한껏 들떠있는 그의 모습은 나를 더 몰입하게 만들었다.
시티에 처음 정착한 이야기, 어학원을 다니며 친구를 만들고 여기저기 여행을 다닌 이야기,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 한 노력들, 휴대폰과 지갑을 모두 도둑맞은 깜짝 놀랄 이야기까지! 내가 걸어온 길과는 전혀 다른 세상 이야기에 확 이끌렸고, 어느 순간 나까지 굉장히 들떠있었다.
이게 내가 호주 워홀을 선택한 이유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영어 회화를 실전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 낯선 환경 속에서도 잘 적응하고 생활할 나의 모습, 다시 온전한(또는 새로운!) 나의 모습을 찾아갈 그 과정들..
이 모든 게 출국을 앞둔 지금 불안함이 나를 감쌈과 동시에 기대감이 비집고 올라오는 이유다.
내 인생의 또 다른 새로운 도전,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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